[취재수첩] 아쉬움 남는 강소기업 '맨해튼 행사'

입력 2015-10-27 18:13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 뉴욕=이심기 기자 ] 지난 26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예일클럽에서 ‘크로스 퍼시픽 포럼’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경기도가 월가의 벤처캐피털을 상대로 투자 환경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가 뉴욕에서 열었던 이런 종류의 행사는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섭외한 투자자들을 모아 놓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믿고 투자해 주십시오”라고 설명하는 게 거의 전부였다. 낯선 단체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사모펀드와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나는 게 정해진 수순이었다.

이날도 초반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모든 준비가 돼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투자해달라”고 강조했고, 차별화된 투자환경을 묻는 질문에는 “토털 원스톱 서비스와 투자 기업을 위한 생태계를 제공하겠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밋밋하게 진행되던 이날 행사에 생기가 돈 것은 기업들이 직접 발표에 나서면서였다. 그동안은 지자체가 “우리 지역에도 이런 유망회사가 있다”며 자료를 뿌리는 식이었지만 이번〈?기업 관계자들이 함께 참가해 회사를 소개했다.

이날 참석한 20여명의 미국 벤처캐피털 관계자들도 원에스티와 동인광학, 한국티씨엠 등 롤러베어링 제조와 광학렌즈, 유전자진단 기술을 가진 한국 중소기업들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한 파이낸싱 컨설팅회사 관계자는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내용도 흥미로웠고 발표자의 막힘 없는 영어 실력에 놀랐다”고 말했다.

“훨씬 더 프로다워야 한다”는 충고도 나왔다. 발표자료 파일이 열리지 않아 허둥대고, 한 회사당 설명이 20분 이상 늘어지는 것은 ‘낙제점’이라는 것이다. 경영권 인수가 가능한지를 묻는 기본적인 질문에 준비가 안돼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행사 이름대로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회사에 투자를 해달라는 것 아닌가요. 그러면 더 철저히 준비를 해서 와야 합니다. 은행 대출을 받으러 온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동안의 지자체 일회성 행사보다는 한 단계 나아졌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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